인간
번식력 높음
인간은 무너진 별의 자손이 지녔던 옛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한 종족으로 여겨진다. 다른 형제들이 살아남기 위해 특정한 힘과 깊이 결속했을 때, 인간의 선조들은 어느 하나의 권능에도 자신을 온전히 맡기지 않았다.
그들은 정령과 속삭이는 귀도, 대지와 맞닿은 강철 같은 육체도, 마나의 미세한 떨림을 읽는 감각도 얻지 못했다. 혼돈을 억누르는 저항력 또한 마족에 미치지 못했다. 대신 어떠한 힘에도 완전히 묶이지 않은 채, 무수한 길로 뻗어갈 가능성을 물려받았다.
인간은 낯선 땅과 이질적인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인다. 한 사람의 생은 짧지만, 기록과 교육, 제도와 전승을 통해 선대의 경험을 다음 세대에 건넨다. 오래 사는 종족이 한 가지 결정을 두고 수십 해를 헤아리는 동안, 인간은 도시를 세우고 제도를 고치며 때로는 한 세대 안에 왕국 하나를 일으키거나 무너뜨린다.
그들의 가장 큰 힘은 타고난 육체나 신비한 권능이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길 앞에서도 다시 걸음을 내딛는 불요불굴의 정신이다. 장생종들은 인간을 두고 성급하되 역동적이며, 짧게 타오르기에 더욱 눈부신 종족이라 평한다.
그러나 빠른 세대교체는 오래된 기억을 희미하게 만든다. 인간의 나라는 변화에 능한 만큼 과거를 쉽게 잊고, 선조가 남긴 잘못을 낯선 비극처럼 되풀이하기도 한다. 무너진 별의 자손에 관한 옛 노래가 왜곡된 데에는, 인간이 지닌 짧고도 격렬한 역사 또한 한몫했으리라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
그들은 특별한 하나를 얻지 않은 대신,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모든 가능성을 품었다.